간직함

2010. 09. 08. For설 - [민호/기범] 달빛 입맞춤 (from. 김키천국)

Rosetta. 2010. 10. 17. 16:09

그리운 나의 달빛이 이곳의 새벽을 지나쳤다. 내 하나의,오직 나만이 수용할수 있는 너. 내 달빛. 점차적으로 차오르는 새벽 여명빛에 눈을 떳다. 고요함의 깊이로 가득찬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떤 감정조차 담지 않은채. 그 눈빛을 보는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히는듯한 기분이였다. 나는 애써 모른척 뒤돌아 누웠다.


현재로서는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했다.

 

 

 

 

 

 

 

달빛 입맞춤
W.김키천국

 

 

 

 

 

 

 


나와는 달랐다. 태초부터 그렇게 되리라고 정해진듯 내 달빛은 나와 모든게 달랐다. 무언가를 먹는 모습,얼굴,성격,하나부터 열까지. 하다못해 말하는 말투까지도. 우리는 공통적인 그 무언가가 없었다. 세상의 이치를 염세적으로만 바라보는 나는 너에게 다가설 용기가 없었다. 의외로 네가 먼저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어 주었고,나를 위로하였다. 그점에 대해서 난 꽤나 네게 고마워하고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괴로워졌다. 그게 언제부터 그랬냐면,아마도 내가 너를 좋아하기 시작한 때 부터 일것이다. 정확히 그때가 언제였는진 기억나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다.


이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사실 따위가 존재하니까.

 

내게 있어서 너는 조금 부족해도 사랑할수 있는 존재였는데,꼭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부족하다기 보단 완벽함 쪽에 더 가까웠다. 공부를 딱히 열심히 하는것 같지도 않은데 항상 전교1등을 놓치지 않았고 반 아이들에게도 이상하리 만큼 인기가 많았다. 그에 반해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잘하는것 없는 왕따였었다. 그런 암막같은 내 삶속에 유일하게 발을 디딘 너.  지나치리 만큼 이기적인 생각이였지만 그 순간 나는 네가 날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절망에 빠져서 허우적되는 나를 안아들며,내게 희망을 심어줬으면 좋겠다. 너도 사랑 받을수 있다고. 사랑 할수 있다고. 그렇게 말해줄수 있다면 좋겠다. 정말 내가 사랑받을수 있다고 생각할수 있게끔.

 

 

 

 

 

 

 


**

 

 

 

 

 

 


“야 기범아.”

 

 


누군가 저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기범이 인상을 찌푸렸다. 박상혁이였다. 박상혁이 얼굴에 비웃음을 달고 날 쳐다보며 말했다. '체육복 좀 빌려줘라.'하고.
 
그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돼' '왜?' '나도 입어야 하잖아' '넌 다른 새끼한테 빌리던가.' '...' 결국 박상혁의 말에 수긍하기로한 나는 체육복을 건내고 다른 반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민호가 박상혁의 손에서 내 체육복을 낚아채더니 내게 다시 건내주며 말한다.

 

 


“이거 니꺼잖아.”

 

“...”

 

“뺏기지마. 그리고 쫄긴 왜 쪼냐,저런새끼 한테.”

 

 

나는 민호가 건낸 내 체육복을 받아들며 멍하게 최민호를 쳐다보았다. 그런 내 떨림어린 시선을 애써 외면 민호가 뒤돌아섰고 멀어졌다. 나는 또 옆에서 씩씩 거리며 화를참고 있는 박상혁의 모습도 보았다. 왠지 모르게 통쾌했고 폐부가 아릿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씩씩거리며 화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쾅 하며 쳐대는 박상혁에게 살풋 웃어보이며 밖으로 나왔다. 물론 악의따윈 없었지만,그래도 궁금했다. 박상혁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또 나를 어떻게 대할지. 만약 내가 또다시 위험해지면,그땐 네가 날 또다시 도와줄까. 다시 나를 구원해줄까. 한번 더 내 폐부가 아릿할정도의 기쁨을 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운동장 쪽으로 옮겼다.

 

 

 

 

 

 


.

 

 

 

 

 

 

운동장을 활발히 뛰어다니는 아이들 중에서 빠져나온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혼자 외로움을 만끽하며 계단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모두 즐거운듯 웃고있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왠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거 같다고. 하기사 내 생각과는 다른 삶을 살고있는것도 아니고 내가 온전히 그렇다고 느끼고 있으니 내 삶은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흘러가고 있는게 맞다. 하여 조금은 어이없을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네가 내 삶의 어느 무언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처음 사랑이란 감정을 느낀때 부터 지금까지도.


그러나 그건 말도 안되는 생각이겠지.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너를 바라보았다. 아이들과 즐거워 하느라 이쪽을 보고 있을꺼라곤 생각못했는데 놀랍게도 최민호는 이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는듯. 나는 그 시선에 왠지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외면해 버렸다.

 

 


 

 

 

 

.

 

 

 

 

 

 

체육 시간이 끝나고 노곤해진 나는 엎드려서 잠을 취했는데 누군가 자꾸만 내 어깨를 툭툭치며 괴롭혔다. 잔뜩 짜증이 올라온 나는 엎드렸던 몸을 일으켜 그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역시나 박상혁이였다. 나는 일으켰던 몸을 다시 엎드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진 몰라도 귀찮고 상대하고 싶지 않은일임은 분명하다. 박상혁을 무시하고 몸을 엎드리자 마자 다시 일으켜진건 그때였다. 박상혁은 답지 않게 내 손목을 꽉 쥔채 끌어냈다. '따라와.' 라고 말하는 박상혁의 목소리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구원자는,없었다. 난 너무 노곤한 바람에 수업이 시작하는지도 몰랐고, 그 수업에 이동이 있다는것도 망각한채 달콤한 잠에 빠져있었던 것 이다. 그제서야 내 잘못을 알아챘다. 순식간에 몰려드는 공포에 질색하며 박상혁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손목은 꽉 붙들린채. 박상혁은 초조한 내 모습을 보며 즐거운듯 웃었다. 박상혁은 날 밖으로 끌어내더니 이제는 더 이상 쓰지않는 음악실로 날 데리고 갔다. 다짜고짜 날 벽으로 밀치더니 교복 단추를 풀려는듯 화가 난 손이 성급하게 움직였다. 두려움에 떨며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내게 박상혁이 말했다.

 


 

“널 수치 스럽게 만들거야.”

 

“하지마….”

 

“아까 내 자존심 상하게 했던 행동, 후회하게 해줄거고.”

 

“...”

 

“이정도는 괜찮지,너도.”

 

 

결국 그말에 체념하고 고개를 숙였는데 누군가의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문이 쾅- 하며 열렸다. 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가 누구인가 바라보았다.


민호였다.


그순간 왠지 모르게 안도했다. 너는 다시 내 폐부를 아릿하고 기쁘게 만들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에 질려있던 나를 박상혁의 품에서 빼내고 제뒤로 나를 세웠다. 그 후에는 박상혁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음악실에 울려퍼졌다. 그 순간 박상혁이 불쌍해진 나는 민호를 뒤에서 끌어안고 말했다. '그만하자, 민호야' '...' 차마 화를 참지 못한듯 밭은 숨이 내뱉어지고 있긴했지만 박상혁을 지독하게 때리던 소음은 멈춰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민호가 저를 안고있는 손길을 풀고 내 손목을 잡은채 반으로 이끌었다. 반에 들어서자 마자 나를 자리에 앉히고  내 턱을 손에 쥔채 왼쪽 오른쪽 돌려보기 시작한다. 강하게 마주쳐 오는 눈빛에 되려 당황한 나는 눈을 감았다. 픽하고 웃는 민호의 웃음 소리가 들리고 내 턱을 잡고 있던 손이 놓아진다. 그리고 민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다쳤네, 다행이다.”

 

 

그 한마디에,그 목소리에 마음이 어찌나 떨리던지. 빠르게 달리는 심장을 쓸어내렸다.

 

 

 

 

 

 

 


**

 

 

 

 

 

 

 


이른 아침부터 우리가 위치한 판자촌 창문에 햇빛이 들어온다.너와 내가 이곳에서 살게된게 언제 였더라? 나는 뒤척거리며 이불에 누워 우리의 옛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면 넌 언제나 내게 도움이 되는 존재였는데, 나는 그동안 네게서 어떤 존재였던가. 방해의 흐름은 아니였을까,생각한다. 문득 비참해지는 기분에 이불 속으로 더욱 몸을 웅크렸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민호였다. 나는 이불 속 에서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 살풋 웃었다. 민호는 그런 나를보고 따라 웃으며 말했다.

 

 


“오늘 외식하자.”

 

“왠 외식?”

 

“나 오늘 팁 좀 받았거든.”

 

“...아껴. 너 힘들게 벌어오는 돈인데.”

 

“모처럼 분위기 좀 내려고 했더니,내빼기는.”

 

“...”

 

“그냥 가자면 좀 가자.”

 

“..응.”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고,내가 민 손을 보던 민호는 아프지 않게 꽉 쥐었다. 왠지 그 느낌은 날 들뜨게 만들었고,신이난 나

는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같이 흔들리던 손을 보던 민호는 그저 비식하고 웃을뿐이다. 계속 걷다가 고급 음식점 앞에서 멈추는 민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민호는 왜 그러냐며 물어볼뿐이고 나는 계속 고개를 저으며 여기가 싫다고 했다. 내 입맛에 맞지 않을거라고. 민호는 내가 왜이러는지 대충 눈치챈것 같지만 내가 이곳에서 먹을바에야 차라리 안먹겠다고 하자,근처 분식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주면 사주는데로,신세따지지 말고 먹으면 안되냐.”

 

“한 푼이라도 아껴야 나중에 편해.”

 

“그건 아는데,그래도 너한테 오늘은 꼭 맛있는거 사주고 싶었는데..”

 

“이것도 맛있어,괜찮아”

 

“고집은.”

 

“...”

 

“나중에 너 떠날수도 있잖아,그래서 후회하기 전에 잘해주고 싶었어.”

 

“내가 왜 떠나….”

 

“언제까지 우리가 같이 있을거라고 생각해?너는 결혼할테고,나도..”

 

“...야.”

 

“나야 버텨보기야 하겠지만….”

 

“너 버티면 나도버텨,그러니까 걱정 안해도되.”

 

“그럼 너 나랑 평생 살아?”

 

“응.”

 

“왜?….”

 

 

 


무슨 대답을 해줘야 할까,망설이고 있었는데 시켰던 음식들이 나온다. 나는 그중 하나를 포크로 찍어서 민호에게 건냈다. '아'해. 라고 하자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아~'하고 받아먹는다. 한번 더 찍어서 주고,또 주고 했더니 나는 몇개 먹지 못한채로 밖으로 나왔다. 이상하게도 배가 고프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고,그저 오랜만에 번화가로 나왔다는 기쁨에 이것저것 눈길을 주느라 바빴다.


천천히 길을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보석가게 가 있길래 그자리 그대로 멈춰섰다. 민호가 쳐다보는지도 모르고. 잠시 쳐다보다가,나도 모르게 '갖고싶다.'라고 말했고, 서둘러 입을 막았다. 그제서야 민호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걸 느끼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기지배도 아니고 어울리지 않게 보석에 정신이 팔려서는….


아,민호가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돈 아껴야 된다고 비싼 음식도 마다한 주제에 그보다 더 화려한 보석에 정신 팔린 그런 놈으로 보진 않을까? 뭐가됐든 난감했다. 화려한걸 좋아하는 내 치부를 들킨거같아서…. 그러니까 한마디로 지금 나는 쪽이 팔렸다. 민망해 죽겠다.


허스름하고 무너질듯한 계단을 조심히 밟고 올라가 겨우 집에 도착했다. 집 문을 열자,끊임없이 몰려오는 한기가 내 피부 세포들을 자극했다. 나는 '아,추워.'라고 외치며 방안으로 들어갔고 뒤따라 들어온 민호가 이불 하나를 꺼내더니 나보고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됐어,싫어.'라고 했다가,역시 혼자 있는건 너무 추운것 같아서 민호가 뒤집어 쓰고 있는 이불안으로 들어갔다. 이불이 두껍고 무게가 있어서 그런지 조금 덜 추운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맞붙어 있는 팔때문인가. 왠지 좀 더워지는거 같기도 하고….

괜히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는데 민호가 내게 묻는다.

 


 

“기범아.”

 

“응?”

 

“너 아까….”

 

“어,어?”

 

“그거,아까 니가 보던 목걸이.”

 

“...”

 

“가지고 싶어?”

 

“어?아,아니!그냥 본거야. 가지고 싶긴 무슨.하하”

 

“...”

 

“아~피곤하다. 그치,민호야?”

 

“응.”

 

“그만 자자,이제.”

 

“응,우리 이대로 잘까?”

 

“뭐?이불 이렇게 뒤집어 쓰고?”

 

“바닥에서 자는것보다 더 따듯할거 같아.”

 

“그래,그럼.”

 

 


결국 우리는 이불을 뒤집어 쓴채로 다음날 새벽까지 그렇게 잤다. 불편할 법도 한데,일어나보니 나는 계속해서 민호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었고 민호도 내 머리에 살짝 기댄채 자고 있었다. 깨우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민호가 눈을뜨고 몸을 움직인다. 나는 가만히 그런 그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는데,민호가 내게 '갔다올게.' 하더니 방문을 연다. 나는 '이 새벽부터?'라고 물었고,민호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그나저나,날씨 쌀쌀할텐데. 옷 좀 더 따듯하게 입고가지….

그런 걱정을 하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일어나보니 빗소리가 가득했다. 밖에서부터 공명해오는 빗소리에 걱정이 몰려온다. 아까 나갈때 민호 우산없이 나갔는데,행여 젖지는 않을까….하고. 나는 곧바로 큰 우산을 챙겨서 밖으로 나섰다. 민호가 일한다는 가게 앞으로.

 

어쩌다 도착하긴 했는데 민호가 나오질 않는다. 들어가볼까,하다가 망해만 될것같아서 여전히 밖에서 기다리는 중인데 그 기다림 마저도 40분이 지났다. 민호는 내가 1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나왔다. 분명 따듯하게 입고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날씨는 생각보다 쌀쌀해서 내 손에 잔약한 떨림을 주었다. 그 몸짓을 바라보던 민호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서 우산을 가져갔다. 민호가 키가 더 커서인지 이제서야 균형이 맞아드는것 같다.

분명 우리는 우산을 쓰고 있음에도 빗속에 젖어들어 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게 찝찝할 법도 한데,오늘은 왠일인지 하나도 찝찝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 좋은 느낌에 비가 더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비에 젖은 몸을씻고,방으로 들어왔는데 민호가 내 뒤로 가더니 제 팔을 내 목에 걸친다. 잠시 당황한 나는 벗어나려다,목 언저리에 닿는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에 손가락의로 그 부분을 만져보았다. 목걸이 인거 같았다.


설마…,너.


나는 짐짓 화난듯한 표정으로 돌아서 민호를 바라보려고 했는데 내 목을 감싸고 있는 민호의 팔이 풀리지 않는다.

 

 


“야,최민호.”

 

“기범아.”

 

“...”

 

“잠깐만,잠깐만 이러고 있자.”

 

“이번엔 안봐줄꺼야,놔.”

 

“너 이러고 있으니까,꼭….”

 

“...응.”

 

“내꺼같다.”

 

“...”

 

 

내 달빛아,민호야. 나는 네 말이 무슨말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

 

 

 

 

 

 

민호가 잃어버리지 말라는 목걸이를 목에서 풀지 않은채 밖으로 나왔는데 날이 쌀쌀하다. 가만 생각해보니 집에 반찬 재료가 얼마 없는것 같아서 동네 허름한 슈퍼에 들어갔다. 이것저것 재료를 사고 나왔다. 그러다가 길을 걷다보니 돌부리 하나가 있는걸 눈치채지 못하고 걸려 넘어졌다. 순식간에 몰려드는 창피함에 재빠르게 일어나서 무릎을 탈탈 털고 서둘러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는데 문득,목이 허전하다고 느꼈다. 순간,사색이 된 나는 목 언저리를 여기저기 더듬어 보다가 결국 없음을 완전하게 확인하고 서둘러 그자리로 다시 뛰어갔다.


아까 그 허름한 슈퍼를 여기저기 뒤지기도 하고 땅바닥을 찬찬히 쳐다보기도하고,아까 넘어진곳에서도 눈이 땅에 닿을정도로 땅과 가깝게 하고 찾아봤는데 없었다.

어쩐지 나는 울고싶어 졌다.

 

 

 

 

.

 

 

 

 

차마 집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문앞에 털썩 앉았다. 무릎을 양손으로 끌어안고,고개를 무릎에 괴었다. 민호한테 미안해서 죽고싶다. 진짜 어떻게 하지. 결국에 터져나오는 울음에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숨죽여서 울었다. 행여 내 울음 소릴 듣고 민호가 나오면 안되니까. 아,소리내서 울면 안되는데 결국엔 터졌다. 나는 정말 아이가 우는것처럼 크게 소리 내 울었다. 그렇게 몇분을 울고있었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안봐도 누군지 알것같아서 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기범아.”

 

“...”

 

“울지마,왜울어.”

 

“....흐으..”

 

“목걸이 없네,잃어버려서 그래?”

 

“..흐윽...흐으..”

 

“울지마,어?다시 사줄게.”

 

“너 화좀내!”

 

“...”

 

“왜 내가 잘못했는데도 화를 못내?”

 

“글쎄….”

 

“민호야.”

 

“응.”

 

“너 자꾸 그러면 나 오해하고 싶어져….”

 

“...”

 

“나 지금 오해하고 있는거 있는데….”

 

“어….”

 

“오해해도돼?”

 

“응,아마 그건 오해가 아니라 진실일거야.”

 

“그럼 민호야,나….”

 

“응….”

 

“한번도 사랑한적 없다고,그렇게 말하고 나 좀 안아줘….”

 

 

 

곧 내가 민호의 품속으로 들어가고 민호의 팔이 내 어깨를 감싼다. 이윽고,민호의 큰 손이 내 머릴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단한번도….”

 

“...”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고….”

 

“...민호야.”

 

“지금도 너를 원해.”

 

“...”

 

“너는?”

 


민호가 내 몸을 살짝 떼어내며 어깨를 붙잡고 장난스레 말했다. '너는?'하고. 나는 그말에 살풋 웃으며 말했다. '나도,사실은 오래전부터' 라고. 그 말을 들은 민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알고있었어.'라고 말하기에,나는 짐짓 화난척 발걸음을 옮겼는데 민호의 손이 내 손목을 잡고 뒤돌아있던 나를 저 자신을 보게만들었다. 그리고 양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은채 입을 맞춘다. 민호의 따듯한 숨이 내 속으로 들어오고 퍼져나간다. 그제서야 나는 너의 온전한 사랑을 이해하게 되고,너는 내 온전치 못한 사랑을 위로한다. 이렇게도 따듯하게.

 

긴밤. 휘영청한 달 아래 너와 내가 하나의 별빛처럼,밤 하늘을 수 놓고있다. 얕은 달빛이 너와 나를 비추고,너와 마주하는 나는 이 밤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는,앞으로도 너와 함께 였으면 좋겠다. 영원히.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일단 나는 제타 누나에게 미안할 뿌니고!ㅎㅎ;;;;

누나 나름 쓴다고 써봤는데 영........죄송해여

진짜 미안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것밖엔 할말이 없네여 흐그흐그

누나 너무 오그라 들어서 전실 퇴갤했을지도 모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미...죄송해여 저 그냥 도망칠게여 슝!

 

---------------------------------------------------------------------------------------

 

김키천국 누나께서 주신 포설입니다!!

 

하ㅠㅠ 이런 아련달달한 밍키는 저를 울리게 합니다ㅠ_ㅠ

너무너무 행복하게 읽었구요, 적당히 무게 있으면서도 달달한 내용의 참 멋진 글입니다.

누나 왜 제게 미안해 하시는 건가요ㅠㅠ 그러지 마세요!!

전 누나한테 절이라도 하고 싶단 마리에여!!!ㅠ_ㅠ

 

누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