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ality 3부 Prologue
* 모든 설정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실제 그것들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 한국경찰과학수사팀(한국 CSI : KPSI) 수사과
제 2지부(경기) 팀장 : 김종현(30)
주 팀원 : 최민호(29) 김기범(27) 이태민(26)
* 국립과학수사연구소(NISI)
검시관 : 법의학자 겸 외과의 이진기(32)
Morality 3부
PROLOGUEwritten by. Rosetta
[아, 예에- 지를 포함해가, 다른 기관사들도 봤다고 한 그 구신(귀신)을 믿어줬구만유.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봤다는디 경찰 쪽에서는 짱하게 안 믿었던 걸, 그 어린 형사님 하나만 그래줬어유.]
[제 귀가 어떻게 되어서,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그 때 아직 제 뱃속에 있던 연우가 울음소리를 낼 리 없잖아요. 분명 옆에 있던 남편도 못 들었다는 소리였는데, 그 형사분은 그대로 믿어주시더군요.]
[평소에도 좀 유별나다고 생각했던 건 맞습니다. 말투나 행동도 일반적이지는 않은 편이죠. 뭐 그런거야 성격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건 현장에서의 중요한 브리핑 중에 혼자서 다른 곳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거나,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요.]
[원래 그런 사람이겠거니 해서 크게 신경은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다라도 그런 모습을 보면 오싹하긴 하죠. 마치...... 그곳에 뭐라도 있는 것처럼 쳐다보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 말이......"
"어디 아무 말이라도 해보게."
"......그게 사실이라면 제가 모를 리 없잖,"
탕-! 말이 끝나기도 전, 묵직한 타격음은 잘 세공된 원목 책상 위로 둔중하게 부서져 나갔다. 그 압제적인 소리에도, 차분히 내려앉은 머리칼을 옆으로 넘긴 채 서 있는 남자의 짙은 눈썹은 미동이 없었다. 그 반응이 마치 상대의 말은 터무니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책상을 내려 친 남자는 노기 띤 목소리로 반박했다.
"모를 리 없다고 말하려는 건가, 김종현 팀장! 아는 사람이, 이제까지의 수사 과정에서 그런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걸 지금 처음 들었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 그 사람이 그런 비과학적인 소지를 바탕으로 수사에 임할 이는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환갑이 몇 년 남지 않은 수사 계장의 푸르른 노성(怒聲) 앞에 서 있는 종현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까지 가로저으면서. 그 반응에 답답해 죽겠다는 얼굴이 된 계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김 팀장. 지금 팀원을 아끼는 마음에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은 짐작이 되네. 하지만 여긴 근본 없는 점집도, 사이비 종교 단체도 아니야."
"......"
"엄연히 이 나라, 이 국가의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란 말일세. 최신의 과학을 총동원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KPSI의 존재 이유며 가치라고.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한 사실들, 그리고 자네 앞에 있는 진술들을 똑바로 봐. 그 진술 중에 우리와 관계되어야 하는 종류의 사실이 하나라도 있던가?"
"......계장님, 이 몇 안되는 진술만으로 그가 그런 수사를 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종현의 고집에 인내를 유지하던 계장의 눈에 핏발이 우득 솟았다. 곧바로 종현의 얼굴을 향하여 참아왔던 그의 격렬한 호통이 떨어지고 말았다.
"보이지도 않는 귀신, 정체를 모르는 울음소리, 허공에 내뱉는 헛소리를 목격하고 들었다는 사람이 이리도 많은데 이게 어찌 단정인가! 언제 어디서든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수사를 해도 잘했다는 소리를 못 듣는데, 귀신 나부랭이가 웬말이냔 말일세! 지금 여기가 애들 장난하는 곳인 줄 아는 건가?"
"......"
"대답 해 보게. 이따위로 근본도 없는 근거를 가지고 수사를 해 오는 동안, 사건에 연루되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우릴 바보 취급했겠냐, 이 말일세! 대놓고 말해 그들이 귀신이니 뭐니 하는 거짓으로 사실을 왜곡할 수 있었다는 가능성이 없었을 거라 장담할 수 있나? 이런 수사 과정에서 억울해진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없었을 거라 어찌 장담할 수 있어!"
종현은 뒷머리부터 하얗게 번져오는 시린 얼음에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지난 주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적당히 즐기고, 오늘 아침 괜찮은 기분으로 출근했었다. 그러나 출근하자마자 계장실로 호출된 그가 지금까지 들은 말들은 그런 기분마저 깡그리 소강시켜 버렸다. 계장으로부터 나온 말들이 무슨 의미인지 짜맞추기까지는 잠시의 시간이 필요했다. 흩어진 퍼즐을 맞추어 나온 그림은 벌써, 몇 해나 함께 일해왔던 동료에 대한 것. 생각지도 못했던...... 놀람이 아니라 황당함에 가까운 사실.
"짧지 않은 시간 함께 일해왔던 사이일테니, 김 팀장이 이를 믿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당사자에게 주의를 주면 끝나는 경미한 사안이 아냐. 상부에 이에 대한 보고를 올리고 처분을 기다릴 예정이니 그 자리에 참석해주게."
"본인에게 한 번 확인해보지도 않은 주장이 어떻게 증좌가 될 수 있습니까, 재고해 주십시오!"
"증명은 그 자리에서 이뤄질 것이니 기다리게. 이건...... 어쩌다 할 수 있는 실수의 종류가 아닐세. 애초에 그가 수사하는 방향부터 정상적이지 않았던 거야. 내 말은 끝났으니 그만 나가보게."
"나가기 전에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계장님!"
이제야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종현은 다급한 목소리로 그의 독단을 가르고 나섰다. 계장의 치켜올라간 두 눈동자가 새파랗게 벼리어져 종현을 응시했다. 그의 얇은 입술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뭔가."
"김기범에 대한 그 진술...... 언제, 어떤 경로로, 대체 어떤 사람이 이 쪽에 전달한 겁니까."
종현의 절박할만큼 크게 떠진 눈을 바라보고 있던 계장은 이내 그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종현의 올곧은 시선을 피한 계장의 주름진 눈에는 아주 잠깐이지만 연민의 빛이 스쳤다 사라지는 듯 했다.
"......익명이네. KPSI 수사과 김기범의 '자질' 유무에 대해 판단해 달라는 글과, 동봉되어 있던 건 전에 있던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목격되었던 그의 의심스러운 언행들을 기술한 것이었어. 우리는 그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당시 사건에 연루되었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김 팀장에게 보여준 진술들을 받아냈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누가......!"
"내 대답은 이게 전부일세. 처분은 상부의 몫이야."
종현이 무엇을 더 덧붙여 말하기도 전, 계장실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결국 종현은 나가보라며 손을 젓는 계장의 행동에 더이상 그의 시선을 자신에게 묶어둘 수 없게 되었다. 땅 아래로 묵직하게 끌어당겨지는 발걸음을 옮겨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종현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빛이 흐려진 그의 커다란 눈동자는 한동안 어디인지 모를 한 곳에 붙박혀 있다가, 서서히 주위를 보기 위해 구르기 시작했다.
열심히 팩스기 옆에 붙어서서 전화를 받는 태민부터, 자신의 팔길이만큼 높이 쌓아진 서류철을 들추어 보며 자료를 파악하고 있는 민호, 그리고 그의 옆에 앉아 한 손으로 큐브를 돌리며 신문에 코를 박고 있는 기범.
종현은 어디서부터 생각해야 하는지도 정하지 않은 채였다. 소용돌이치기 시작한 이 상황 속에서, 난파선처럼 이성의 키를 놓은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배 잃은 선장과도 같은 그의 도톰한 입술 사이에서 신음과도 같은 중얼거림이 겨우 흘러나왔다.
"이거 거짓말이지, 기범아......"
*
"지금, 선배가 나를 믿는다고 했어요?"
"......"
"나도 나를 믿지 못하겠는데, 선배가 나를 믿으세요?"
"그래."
"나 믿으면 선배도 갇혀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도 내게는 이게 마지막이에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나는 잃을게 없어서 맞서도 부서져도 그만이지만, 선배는 그 자리에 서서 갇혀버릴 거라고요."
"그래, 갇힌다고 치자. 그럼 너는."
"......"
"넌 내가 갇힌 채로 서서."
"......"
"네가 맞서다 부서지도록 내버려 둘 거라고, 정말 그렇게 믿어?"
본 프롤로그는 EP.13 섬광(閃光) 속의 자객으로 이어집니다.